올해로 578돌을 맞이한 한글날. 일상에서 마주하는 한글은 익숙하지만, 역설적으로 매일 입고 신는 옷과 신발에 적혀 있는 한글은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특히 해외 의류 기업의 제품 속 정직하게 적혀 있는 한글은 더욱 어색하게 다가올 수 있다. 세계적인 의류 회사들이 새로운 구성 요소로 한글을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의미있는 작업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전통 보자기 양식을 활용하여 신발을 제작하거나 한국 문화가 주목받으면서 국내 기업과 협업하여 선보인 제품까지, 한글을 여러 방식으로 접목하며 그들만의 모양새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기업들이 바라보는 한글은 어떨지, 그들만의 새로운 시선을 함께 살펴보자.

| 아디다스 x 라프 시몬스 스피릿 로우 ASYMM TONGUE

해외 의류 기업들이 한글을 대하는 법

2017년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아디다스 운동화. 라프 시몬스 18SS 컬렉션으로 출시된 이 제품은 우리나라 시골에서 흔히 볼 법한 상주곶감 보자기의 모양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이 당시 함께 선보였던 제품 중에는 가방 회사 이스트팩과 협업한 제품도 있었는데, 이 가방 역시 동일한 상주곶감과 수잔음료영농조합 활자가 새겨진 원단을 활용하였다.

| 안티 소셜 소셜 클럽 x 그란 투리스모 후디

해외 의류 기업들이 한글을 대하는 법

안티 소셜 소셜 클럽은 제품에 한글을 적극 활용하는 회사 중 하나다. 그 중에서도 그란 투리스모와 2017년 협업한 제품에는 상의 앞판에 큰 활자로 '예시'가 적혀있는데, 그 왼쪽에는 태극기 모양까지 새겨져 있어 왠지 모를 애국심이 느껴진다. 이 당시 발매된 후드, 티셔츠 그리고 모자까지 모두 '예시'라는 단어가 새겨져 있다.

| 아디다스 x 퍼렐 윌리엄스 NMD Hu

해외 의류 기업들이 한글을 대하는 법

갑피에 고딕체로 크게, 그리고 정직하게 '인종'이라는 단어가 자수로 새겨진 아디다스 운동화. 퍼렐이 직접 민트색 제품을 착용한 모습을 인터넷에 올리며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평소 퍼렐이 자주 사용하는 'human' 혹은 'human race' 단어에서 모양새가 비롯되었는데 한자로 출시된 제품에는 '인종' 대신 '人類(인류)'로 새겨졌다.

| 오프닝 세레모니 코리아 바시티 자켓

해외 의류 기업들이 한글을 대하는 법

오프닝 세레모니는 2017년에 글로벌 바시티 자켓 컬렉션을 출시했으며, 이 중 한국 제품도 포함되어 발매되었다. 해당 컬렉션은 다양한 국가들의 고유한 인상을 담아 제작되었고 한국 편에는 한글뿐만 아니라 건곤감리, 무궁화, 호랑이 그리고 태극 문양까지 한국적인 요소가 풍부하게 담겼다.

| 팔라스 코리아 후드 24SS

해외 의류 기업들이 한글을 대하는 자세 스트릿 문화를 대표하는 팔라스가 올해 2월 서울 플래그십 매장을 기념하여 한국 한정 제품을 출시했다. 바시티 자켓, 티셔츠, 모자 등 한국적인 요소를 가미한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되었으며, 특히 팔라스만의 특징적인 삼각형 문양에 영어 대신 한글로 '팔라스' 문구가 적힌 후디가 가장 큰 화제를 모았다. 이 외에도 티셔츠 앞면과 바시티 자켓 팔 부분에도 '팔라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 나이키 조던 3 레트로 서울

해외 의류 기업들이 한글을 대하는 자세 한글이 새겨진 나이키 운동화는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88 서울 올림픽 유치 30주년을 기념하여 발매된 '나이키 조던 3 레트로 서울' 제품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나이키'라는 단어가 새겨진 일반적인 나이키 운동화와는 달리, 이 제품의 설포 안쪽에는 88올림픽을 기념하는 '서울'과 '화합과 전진'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 구찌 점보 GG 스웨트셔츠 베이지 에보니(코리아 익스클루시브)

해외 의류 기업들이 한글을 대하는 자세 세계적인 명품 회사 구찌에서 2023년 한국 한정으로 출시한 제품을 보고 많은 한국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구찌'라는 한글이 정직하고 굵게 적혀 있는 모습이 합성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한국 한정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영어로 적혀진 'GOOD LUCK' 문구 대신 한글이 들어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 키스 x 진로 만테코 울 자켓

해외 의류 기업들이 한글을 대하는 자세 지난 5월 주류 회사 진로의 100주년과 키스(Kith) 서울 매장 오픈을 기념하여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다. 협업 제품 중 만테코 울 자켓 뒷면에는 '진로'라는 문구와 함께 진로의 상징적인 문양이 새겨져 있어 재치 있는 모양새로 많은 화제가 되었다. 해당 제품은 키스 서울 매장에서만 단독 판매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