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트리트 패션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그곳, 웍스아웃(WORKSOUT). 지난 에피소드에서 웍스아웃의 과거와 시작에 집중했다면 이번 편에서는 그들의 현재에 대해 집중해보고자 한다. 미리 조금 스포를 하자면 이전 편에서 가볍게 다룬 웍스아웃의 브랜드 소개 방식과 매장 운영 방식의 확장판이다.

이전 에피소드 살펴보기

링크를 누르면 확인 가능합니다.

올해로 20주년, 웍스아웃이 걸어온 길 Ep.01

웍스아웃을 대표하는 브랜드들

지난 1편에서 칼하트 WIP을 국내에서 독점 전개하고 있는 곳이 웍스아웃이라는 걸 소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칼하트 WIP과 같이 브랜드의 판권을 가져와 독점으로 전개하는 방식이 그들의 강점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칼하트 WIP 외에도 이렇게 전개되는 브랜드가 몇 가지 더 있다. 바로 오베이(OBEY), 퍼킹어썸(FUCKING AWESOME), 그리고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이하 ‘데우스’)이다.

칼하트 WIP과 함께 2010년대 초반 빈지노의 패션으로 일컬어지는 오베이, 2017년 전후로 스트리트 패션 신에서 큰 인기를 끈 퍼킹어썸, 그리고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데우스까지. 해당 브랜드들이 이처럼 큰 사랑을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웍스아웃의 브랜딩과 마케팅이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아이앱 스튜디오 X 오베이

아이앱 스튜디오 X 칼하트 WIP

여담으로 웍스아웃은 빈지노와의 관계 역시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빈지노의 브랜드 아이앱 스튜디오(IAB STUDIO·이하 ‘아이앱’)의 컬렉션을 래플로 발매하고 있으며, 아이앱은 웍스아웃과 빈지노를 동시에 대표하는 브랜드, 칼하트 WIP과 오베이 모두와 콜라보를 진행한 바 있다.

문화를 만들어가는 웍스아웃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웍스아웃이 독점으로 전개하는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멋진 옷을 만드는 게 아닌 옷을 멋져 보이게 만드는 브랜드라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단순히 옷을 판매하기 위해 문화를 차용하는 게 아닌 문화로부터 시작된 브랜드로, 이들의 근간인 문화가 이들이 판매하는 옷을 더 멋져 보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웍스아웃은 해당 브랜드들을 판매하는 데만 중점을 두지 않고 각 브랜드의 정체성과 본질을 온전히 전달하는 데 집중한다. 즉 브랜드와 리테일러로서 문화를 알리는 역할에 각자 매우 충실한 것이다. 이는 웍스아웃이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에서도 잘 나타난다. 많은 브랜드가 단독 매장 오픈보다는 백화점 입점, 팝업스토어 등에 초점을 맞출 때 웍스아웃은 단독 매장을 꾸준히 오픈하고 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 홍대

데우스 엑스 마키나 삼청

데우스 엑스 마키나 성수

데우스는 2020년 10월 서울 홍대에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다른 국가들의 매장과 마찬가지로 데우스의 근간인 바이크, 서핑 보드, 카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 해 9월에는 삼청동에, 11월에는 성수동에 매장을 연이어 오픈하며 데우스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각 도심지의 성격에 맞게 전달하고 있다. 참고로 세 매장 모두 웍스아웃 압구정 매장과 홍대 라이즈 매장의 설계를 맡은 이탈리아 디자이너 안드레아 카푸토(Andrea Caputo)가 디자인했다.

오베이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

퍼킹 어썸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

칼하트 커피 서울

웍스아웃은 올해에도 여러 매장을 오픈했다. 3월에는 홍대에 오베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6월에는 한남동에 퍼킹어썸의 매장을 오픈했는데, 두 곳 모두 각 브랜드의 국내 첫 매장으로, 특히 퍼킹어썸의 경우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최초의 오프라인 매장이다. 또 8월에는 잠실롯데월드몰에 칼하트 WIP의 국내 최초 복합 매장 ‘칼하트 WIP 커피 서울’을 열기도 했다.

웍스아웃은 항상 그 자리에

패션의 본질은 문화에 있다. 몸을 가리고 보호하는 의복으로서의 개념을 넘어 그로부터 파생된 문화를 향유하는 것이 바로 문화이다. 또, 문화라는 건 단순히 일회성으로 소비하고 버리는 게 아니다. 한 공동체가 한 자리에서 꾸준히 그리고 깊게 이어 나갈 때 비로소 문화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 20년간 웍스아웃이 착실히 쌓아온 것이 곧 문화인 것이다.

사실 어느 브랜드가 자신들만의 매장을 안 열고 싶겠나. 마음은 굴뚝 같지만 현실적인 어려움 앞에 실행하지 못하는 것일 뿐. 하지만 웍스아웃은 달랐다. 패션의 본질을 잃어버리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투자를 거듭하며 지금의 자리에 서있다. 문화를 만들고 지켜가며. “지금 10대가 나중에 20~30대가 되더라도 그들이 쇼핑했던 공간에 늘 웍스아웃이 있길 바란다”는 강승혁 대표의 바람대로 웍스아웃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문화를 지키며 그 자리에 있을 테다. 향후 웍스아웃이 보여줄 브랜드와 문화를 기대해보자.

올해로 20주년, 웍스아웃이 걸어온 길 Ep.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