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편집숍 웍스아웃(WORKSOUT)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여 칼하트 WIP, 반스, 오베이 등 웍스아웃을 대표하는 브랜드부터 나이키, 휴먼메이드 등 굵직한 브랜드까지 그간 웍스아웃과 함께해온 브랜드들이 관련 컬렉션을 발매하는 걸 봤을 테다. 편집숍으로서는 흔치 않은 광경이라고 여겨질 법도 하다. 도대체 웍스아웃이 어떤 곳이길래 많은 브랜드에서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걸까? 의문을 가진 슈팸을 위해 슈프라이즈에서 웍스아웃의 이야기를 담은 기사를 준비했다. 그럼 웍스아웃의 지난 20년과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알아보자.

웍스아웃의 시작

올해로 20주년, 웍스아웃이 걸어온 길 Ep.01 웍스아웃은 국내에서 스트리트 붐이 일기 시작한 2003년에 시작됐다. 강승혁 대표가 학창 시절 이태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박선영 공동대표를 만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두 사람은 미국의 브랜드를 소개해보자며 첫 사업을 8만원에 시작했다.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해외의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싶다는 게 설립 이유였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강 대표는 처음엔 그저 용돈벌이로 시작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후 브랜드를 전개하며 패션 신에서의 커리어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그렇게 꾸준히 나아간 것이 지금의 웍스아웃을 만든 것이다.

올해로 20주년, 웍스아웃이 걸어온 길 Ep.01 ‘웍스아웃’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오프라인 매장을 떠올리게 된다. 이들이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이를 위한 노력을 거듭한 결과물이겠다. 하지만 웍스아웃 역시 첫 시작은 온라인이었다. 온라인부터 판매를 시작했지만 점차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을 느껴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게 된 것. 그렇게 웍스아웃은 2023년 현재 총 22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웍스아웃은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나

올해로 20주년, 웍스아웃이 걸어온 길 Ep.01 고등학생의 용돈벌이로 시작한 편집숍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먼저 꼽고 싶은 건 역시 브랜드를 소개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편집숍들은 여러 브랜드를 선별해 이를 단순히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이 역시 숍의 감도와 큐레이팅 기준이 매우 중요하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웍스아웃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바로 브랜드를 선별한 후 해당 브랜드의 판권을 가져와 독점으로 전개하는 것이다. 웍스아웃은 단순히 비싼 옷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고객들이 직접 돈을 내고 살 수 있는 합리적인 금액대의 제품을 선별하고, 여기에 자신들만의 브랜딩을 녹여낸다.

올해로 20주년, 웍스아웃이 걸어온 길 Ep.01 웍스아웃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가 있는데, 바로 칼하트 WIP이다. 기존 칼하트가 노동자들이 입는 워크웨어였다면(칼하트 US라인), 칼하트 워크 인 프로그레스(Carhartt Work In Progress) 이하 ‘칼하트 WIP’은 칼하트 EU에서 전개하는 스트리트웨어 라인이다.

올해로 20주년, 웍스아웃이 걸어온 길 Ep.01 지금은 국내를 대표하는 편집숍이 되었지만 웍스아웃에도 힘든 시기가 있었다. 강승혁 대표는 그 시기를 거의 매장 문을 닫을 지경까지 어려웠던 시기로 회상한다. 그때 강 대표는 우연히 집에서 자신이 어린 시절 스케이트 보드를 타며 입던 칼하트 포켓 티셔츠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칼하트에 대해 알아본 강 대표는 새로운 시장의 가능성을 포착했고, ‘마지막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칼하트를 수입하게 되었다. 이후 웍스아웃은 칼하트 WIP의 독점 판매권을 따내며 칼하트의 공식적인 디스트리뷰션(Distribution)이 되었고, 그렇게 칼하트 WIP의 국내 유통, 판매, 마케팅을 모두 담당하게 됐다.

올해로 20주년, 웍스아웃이 걸어온 길 Ep.01

하지만 칼하트 WIP을 도맡아 전개하게 된 것까지는 좋았지만 여전히 큰 어려움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바로 칼하트 WIP과 칼하트 US라인의 가격 차이였다. 소비자들은 이미 전통이 오래된 칼하트 US라인을 칼하트 그 자체로 인식하고 있었고, 그 가격대가 곧 칼하트의 가격이라고 생각했던 것. US라인에 비해 높은 가격대였던 칼하트 WIP이 그 인식을 깨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올해로 20주년, 웍스아웃이 걸어온 길 Ep.01 이때 웍스아웃은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일이자 스트리트 패션의 본질에 집중한다. 바로 문화를 즐기는 것. 블로그를 개설하여 자신들의 일상을 공유하는가 하면 무신사와 같은 커뮤니티에 직원들의 착장을 올리거나 스케이터와 DJ 등에게 칼하트 WIP의 제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스트리트 패션을 즐기는 이들에게 일종의 동경의 대상이 되기로 한 것이다.

올해로 20주년, 웍스아웃이 걸어온 길 Ep.01 여기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역시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의 등장이었는데, 그것이 바로 빈지노다. 빈지노는 일상과 무대 모두에서 칼하트WIP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착용하며 칼하트WIP의 홍보 모델 역할을 제대로 했다.

올해로 20주년, 웍스아웃이 걸어온 길 Ep.01

2010년대 초반 패션 커뮤니티 활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기억할 것이다. 칼하트 WIP과 오베이 등 웍스아웃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입은 빈지노의 아웃핏이 얼마나 인기를 끌었는지 말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

올해로 20주년, 웍스아웃이 걸어온 길 Ep.01 앞서 짧게 언급한 것처럼 웍스아웃은 오프라인 매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이러한 관점은 칼하트 WIP을 전개하는 모습에서도 엿볼 수 있다. 칼하트 WIP의 디스트리뷰션으로서 국내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웍스아웃은 다른 숍에 칼하트 WIP을 공급해주는 기준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유무를 꼽았다. 판매자와 소비자 간 커뮤니케이션이 현장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웍스아웃은 옷을 판매할 때 단순히 디자인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옷의 역사와 같은 이야기들을 중요시한다. 또, 옷을 사는 데 있어서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이유로 꼽기도 했다. 웍스아웃이 패션의 본질에 얼마나 집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로 20주년, 웍스아웃이 걸어온 길 Ep.01

최근 들어 많은 브랜드가 소비자와의 접점, 브랜드 경험 등을 이유로 팝업 스토어를 열고 있다. 그렇게 하루에도 수십 개의 팝업 스토어가 생겼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지하고, 단숨에 매출을 일으키는 좋은 방법이지만, 화제성에만 치우치는 것 같아 아쉬움도 크다. 이러한 작금의 상황 속 웍스아웃과 같은 브랜드의 존재는 한 줄기 빛과 같다. 20여년간 같은 자리에서 꿋꿋이 패션의 본질을 지키고 있는 웍스아웃, 그들의 향후 20년이 더욱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