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힙합 신 뿐만 아니라 미국 팝 시장, 그리고 더 나아가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드레이크(Drake). 빌보드 핫100 최다 차트인, 스포티파이 역사상 최다 재생 등 그는 단연코 2010년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이다. 오늘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힙합 아티스트, 드레이크의 음악과 패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드레이크의 음악: 상업성과 음악성, 비판과 인정

스트리밍 시대의 절대강자, 드레이크의 음악과 패션 이야기 드레이크는 어떻게 하면 자신이 주목받을 수 있는지, 상업적으로 성공하고 있는지 매우 잘 알고 있는 타고난 전략가다. 그는 자칫 자신에 대한 조롱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밈(meme)조차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대중의 반응을 끌어내는 데 탁월함을 보이는 인물이다. 그는 이처럼 상업성에 대한 천재적인 감각을 바탕으로 각종 차트 관련 기록을 갈아치우며 힙합 아티스트로서는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는데, 그와 동시에 늘 비판 여론이 존재하는, 진성 힙합 팬들에게는 공공의 적으로 여겨지는 특이한 인물이기도 하다.

믹스테이프 'So Far Gone' (2009)

정규 1집 'Thank Me Later' (2010)

정규 2집 'Take Care' (2011)

드레이크는 데뷔 때부터 비판을 받아왔는데, 당시엔 상업성에 대한 비판보다는 그의 음악이 힙합인지 아닌지에 대한 것이 주를 이뤘다. 이전까지의 힙합이 거리에 뿌리를 둔 거친 음악이었다면 그가 선보이는 음악은 힙합이라기엔 지나치게 서정적이고 멜로디컬하다는 것. 하지만 그가 커리어 초창기 앨범들을 통해 얼터너티브 R&B의 지평을 본격적으로 열었다는 데에는 그 누구도 이견을 제시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그의 초기 작업물들은 상업성 뿐만 아니라 음악성에 있어서도 많은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드레이크의 정규 2집 <Take Care>는 칸예 웨스트의 <808s & Heartbreak>, 프랭크 오션의 등장 등과 더불어 2010년대 초반 얼터너티브 R&B의 부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스트리밍 시대의 절대강자, 드레이크의 음악과 패션 이야기 이후로도 정규 3집 <Nothing Was The Same>, 믹스테이프 <If You’re Reading This It’s Too Late> 등으로 대중과 평단 모두의 찬사를 받는가 하면, 2015년에는 믹 밀(Meek Mill)과의 디스전에서 자신의 고스트라이팅(ghost-writing)에 대해 반박을 하면서 자신이 상업성만이 아닌 실력까지 갖춘 래퍼라는 걸 입증해냈다.

2015년 10월에는 ‘Hotline Bling’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는데, 당시 드레이크가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선보인 춤사위가 일종의 밈(meme)으로 자리 잡으며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그를 향한 ‘상업성’이라는 새로운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스트리밍 시대의 절대강자, 드레이크의 음악과 패션 이야기 2016년, 정규 4집 <Views>를 발매하며 그는 본격적인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해당 앨범은 드레이크의 커리어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딱히 새로운 게 없다”는 비판과 함께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변해버린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는 상업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뒀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힙합 신 내에서는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진 것이다.

정규 5집 'Scorpion' (2016)

EP 앨범 'Scary Hours 2' (2021)

정규 6집 'Certified Lover Boy' (2021)

2018년 발매한 정규 5집 <Scorpion>에서도 나아지기는커녕 상업성에 더욱 치중해 이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고, 2021년 발매한 EP 앨범 <Scary Hours 2>와 정규 6집 <Certified Lover Boy>에서는 그 비판의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상업성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드레이크를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

스트리밍 시대의 절대강자, 드레이크의 음악과 패션 이야기 드레이크는 상업성 외에도 사생활적인 부분에서 많은 비판을 받곤 한다. 실제로 자신보다 한참 어린 빌리 아일리시와 밀리 바비 브라운에게 대시를 했다는 가십, 자신의 절친 위켄드의 전 애인에게 접근하고 그를 디스하며 도발한 것 등으로 보아 사생활이 그렇게 깔끔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의 사생활 문제 중에서도 가장 화제를 모은 건 2018년 푸샤 티(Pusha T)와의 디스전에서의 폭로 내용이었다. 바로 드레이크에게 숨겨진 아들이 있었다는 것.

스트리밍 시대의 절대강자, 드레이크의 음악과 패션 이야기 또 이 디스전이 힙한 신 내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이유는 단순히 사생활의 치부를 드러낸 데서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로 힙합 문화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흑인의 정체성을 지적한 것. 드레이크는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데, 그가 혼혈이라서 문제가 된다기보다는 그가 취하는 태도가 문제가 되었다.

스트리밍 시대의 절대강자, 드레이크의 음악과 패션 이야기 드레이크의 아버지는 약물중독으로 인해 아내와 잦은 트러블이 있었는데, 결국 드레이크가 5살 때 집을 나가게 되고 그렇게 드레이크는 어머니의 손에 자라게 되었다. 물론 드레이크의 아버지는 이혼 이후에도 드레이크에게 음악적으로 많은 영향과 도움을 줬지만, 푸샤 티가 바라보기에 아버지는 아이와 아이 엄마를 버린 사람, 드레이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머니보다 아버지를 챙긴 사람이라는 것이다.

스트리밍 시대의 절대강자, 드레이크의 음악과 패션 이야기 여기서 이익이란 드레이크가 힙합 신내에서 선호되는 ‘흑인’이라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 키워준 어머니가 아닌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간 아버지를 챙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드레이크는 자신의 아버지를 시상식에서 샤라웃(shout-out)하기도 했고, 2017년에 발매한 <More Life>에서는 아예 아버지의 사진을 앨범 자켓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해당 앨범은 정규도, 믹스테이프도 아닌 플레이리스트 앨범으로 정규가 아님에도 그만한 퀄리티를 보이며 앨범 자체로는 극찬을 받았지만 그의 태도적인 부분에서의 비판은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이다.

스트리밍 시대의 절대강자, 드레이크의 음악과 패션 이야기 푸샤 티는 이러한 내용을 폭로하면서 드레이크가 미국에서는 금기시되는 ‘Jim Crow’ 분장을 우스꽝스럽게 하고 있는 이미지를 사용하며 그의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고, 결국 드레이크는 자신의 음악 커리어에서 가장 쓰라린 패배를 경험하게 된다.

드레이크의 패션

스트리밍 시대의 절대강자, 드레이크의 음악과 패션 이야기 비판 여론과는 별개로, 그가 이뤄낸 상업적인 성공은 절대 부정할 수 없는 대단한 업적이다. 그는 자신의 천재적인 상업성을 발휘해 패션 신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담으로 그는 2016년 동료 래퍼 퓨처(Future)와 함께 GQ에서 선정한 ‘현재 세계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남성’에 선정되기도 했다.

스트리밍 시대의 절대강자, 드레이크의 음악과 패션 이야기 패션 신에서의 그의 행보 중 가장 잘 알려진 건 아무래도 녹타(NOCTA)일 것이다. 2013년부터 나이키와 파트너십을 맺어온 드레이크는 2020년 나이키의 하위 레이블인 녹타를 론칭하게 된다.

스트리밍 시대의 절대강자, 드레이크의 음악과 패션 이야기 그는 나이키와의 협업 이전에도 자체적인 어패럴 라인을 진행한 바 있다. 자신이 이끄는 레이블 ‘OVO 사운드’에서 이름을 가져온 ‘OVO’. 참고로 OVO 사운드는 릴 웨인(Lil Wayne)과 더불어 드레이크의 음악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꼽히는 프로듀서 노아 “40” 셰빕(Noah “40” Shebib)과 드레이크가 설립한 레이블이다. FC 바르셀로나의 메인 스폰서인 스포티파이가 지난해 10월 최초 500억 스트리밍을 달성한 드레이크를 기념하기 위해 자사의 로고 대신 OVO 사운드의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탄생하게 되었고, FC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엘 클라시코 경기에서 실제로 착용하기도 하였다.

OVO X 캐나다구스 패딩을 입은 드레이크

OVO X 팀버랜드

OVO X 베이프

OVO는 자체적인 어패럴 라인을 전개하는 것 외에도 베이프, 팀버랜드, 캐나다구스 등 다양한 브랜드와 활발한 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스트리밍 시대의 절대강자, 드레이크의 음악과 패션 이야기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그가 원래는 패션 테러리스트로 불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점차 발전하더니 이렇게 패션 신에서도 영향력을 갖추게 된 것은 드레이크라는 인물이 이뤄낸 또 하나의 대단한 업적임에 틀림이 없다.

마무리하며

그는 소위 말하는 "빠와 까를 모두 미치게 만드는" 슈퍼스타다. 상업적인 성공을 추구하는 그의 행보를 무작정 비판만 할 수는 없겠지만 그가 이전에 보여준 상업성과 음악성을 모두 갖춘 음악을 보여주길 바라며 그의 추천곡으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