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오늘 11월 10일 오전, 유니클로와 엔지니어드 가먼츠(Engineered Garments)의 협업 컬렉션이 발매됐다. 지난 2019년 SS와 FW 시즌 두 차례에 걸쳐 이미 협업을 한 바 있는 두 브랜드가 4년 만에 다시 만났다. 오늘은 국내에서도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엔지니어드 가먼츠 어떤 브랜드인지 알아보려 한다.

일본에서 시작된 미국 브랜드

일본인이 만든 가장 미국스러운 브랜드, 엔지니어드 가먼츠 엔지니어드 가먼츠는 편집숍 네펜데스 아메리카(Nephenthes America·이하 네펜데스)의 수장 다이키 스즈키(Daiki Suzuki)가 1999년 뉴욕에서 설립한 브랜드다. 어린 시절 자전거에 심취해 자전거 수리점에서 근무했던 그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그 이름에 걸맞게 투박하지만 감성적인 워크 웨어를 전개하는 브랜드이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인이 시작한 ‘미국’ 브랜드라는 것. 아메리칸 캐주얼과 클래식을 지향하는 일본 브랜드는 많지만, 이 정도로 ‘미국스러움’을 고집하고 강조하는 브랜드는 없었다. 어쩌다 일본 출신인 스즈키 다이키는 미국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것일까?

미국에 대한 동경과 고집

일본인이 만든 가장 미국스러운 브랜드, 엔지니어드 가먼츠 1962년생인 스즈키 다이키가 나고 자란 1960·70년대 일본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아메리칸 클래식이 크게 유행했다. 1975년 76년, 연이어 창간된 <Made in U.S.A Catalogue>, <Popeye> 등의 잡지가 성행하며 패션 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까지 미국에 대한 일종의 동경이 있을 정도였다. 다이키 역시 이러한 흐름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20대에 레드 우드(Red Wood)라는 아메리칸 웨어 매장의 직원으로 근무하며 미국의 문화에 더욱더 심취하게 된다. 그리고 조금 더 훗날 그 경험과 기억을 엔지니어드 가먼츠에 녹여내게 된 것이다.

엔지니어드 가먼츠는 어떤 브랜드인가

일본인이 만든 가장 미국스러운 브랜드, 엔지니어드 가먼츠 아메리칸 캐주얼과 클래식을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인 만큼 엔지니어드 가먼츠는 군복, 유니폼, 아이비리그 등 아메리칸 패션에서 빠질 수 없는 것들과 캠핑, 낚시 등 아웃도어 웨어에서 영감을 얻어 옷을 제작하며, 1930년대에서 70년대에 이르는 아메리칸 빈티지를 현대적으로 해석한다.

일본인이 만든 가장 미국스러운 브랜드, 엔지니어드 가먼츠 '엔지니어드 가먼츠'라는 이름에 맞게 기능성과 디자인의 완벽한 조화를 추구하며, 옷을 디자인한다기보다는 디테일에 따른 설계도를 그린다는 의미로 옷을 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름의 유래는 다소 웃픈 사연에서 시작됐는데, 한 디자이너가 복잡한 패턴과 디테일을 다루는 데 있어 “우리 옷은 패션 의류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만든 옷(Engineered Garments) 같다”는 불평을 한 것이 다이키의 마음에 들어 브랜드의 이름이 된 것이다.

일본인이 만든 가장 미국스러운 브랜드, 엔지니어드 가먼츠 엔지니어드 가먼츠의 또 한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made in new york’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원단의 70% 이상이 미국산이며 대부분의 생산 공정 또한 뉴욕에서 진행된다. 아무리 미국에 대한 동경으로 미국에서 시작된 브랜드라고 해도 여러 측면을 고려했을 때 결코 쉽지 않은 부분일 텐데, 왜 이런 방식을 고수하는 걸까? 스즈키 다이키는 이에 대해 자신을 비롯해 엔지니어드 가먼츠를 운영하는 팀이 뉴욕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디테일 하나하나를 수시로 체크할 수 있게 생산공장, 직물공장, 재단실, 후가공업체들이 모두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고. 미국적인 것에 대한 동경과 더불어 엔지니어드 가먼츠의 퀄리티에 대한 지향점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어찌 보면 엔지니어드 가먼츠는 무언가에 대한 광기에 가까운 집착, 장인정신 등 일본 특유의 문화들이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해 탄생한 결과물과도 같다고 느껴진다.

굳건한 신념, 유연한 협업

일본인이 만든 가장 미국스러운 브랜드, 엔지니어드 가먼츠 엔지니어드 가먼츠가 보여주는 미국에 대한 동경과 고집만 보면 이들을 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이미지로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준 협업을 살펴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니클로 뿐만 아니라 바버, 뉴발란스, 반스, 팔라스 등 가격대와 장르에 상관없이 유연한 협업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라이선스 브랜드로 비판을 받기도 하는 리(Lee) 코리아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일본인이 만든 가장 미국스러운 브랜드, 엔지니어드 가먼츠 최근 들어 로고 플레이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않는 콜라보가 많은데, 엔지니어드 가먼츠는 그렇지 않다. 자칫 고집으로 비춰질 수 있는 브랜드의 신념, 아이덴티티를 지키면서도 유연한 콜라보를 통해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콜라보에 잘 녹여내는 것이다.

모두를 위한 엔지니어드 가먼츠

일본인이 만든 가장 미국스러운 브랜드, 엔지니어드 가먼츠 누군가는 유니클로와 같은 SPA 브랜드와의 콜라보를 곱지 않는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 그게 무슨 엔지니어드 가먼츠냐면서. 하지만 스즈키 다이키는 많은 사람이 엔지니어드 가먼츠의 철학을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사랑하는 옷과 가치를 경험해볼수록 더욱 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며. 실제로 지난 2016년 반스와의 콜라보에서는 “모두를 위한 엔지니어드 가먼츠(Engineered Garments for Everyone)”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일본인이 만든 가장 미국스러운 브랜드, 엔지니어드 가먼츠 비록 가격대가 워낙 차이가 나다 보니 이번 유니클로와의 협업은 엔지니어드 가먼츠의 의류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그들의 터치가 가미된 만큼 합리적인 가격으로 엔지니어드 가먼츠의 가치를 조금이나마 경험해 볼 만한 기회로 바라보면 좋지 않을까.

'2023 FW 유니클로 and 엔지니어드 가먼츠 컬렉션'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