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FW 시즌 트렌드 중 하나로 꼽히는 그런지(Grunge) 패션. 어찌 보면 질리게 들었을 ‘올드머니룩’과는 정반대되는 이야기라 실감이 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트렌드가 늘 하나만 있지는 않는 법. 실제로 생로랑, 아크네 스튜디오, 앤더슨벨 등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브랜드에서 그런지 패션이 떠오르는 축 늘어지고 데미지가 간 니트 웨어를 발매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남자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지의 화신, 영원한 락스타. 90년대를 풍미한 밴드 너바나(Nirvana)의 프런트맨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다.

그런지 패션이란?

90년대의 아이콘, 커트 코베인의 그런지 패션 그런지 패션은 1980년대 미국에서 정통 하이패션과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것으로 지저분한 느낌을 주는 스타일이다. 1960-70년대 히피 문화의 영향을 받아 대담한 레이어링, 의도적인 지저분함을 연출한 것이 특징이다.

그런지 패션의 아이콘

90년대의 아이콘, 커트 코베인의 그런지 패션 커트 코베인이 그런지 패션의 시초인가 물으면 그렇다고는 쉽게 대답할 수 없다. 커트 코베인 이전에도 그런지 패션이라 칭할 만한 것들은 있었고, 그 역시 펑크(Punk)와 같은 반항적이고 자유분방한 문화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 하지만 커트 코베인이 그런지 패션과 그 문화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건 그 누구도 반박하기 어려울 것이다.

커트 코베인의 음악과 닮아 있는 그런지 패션

90년대의 아이콘, 커트 코베인의 그런지 패션 그가 보여준 음악과 그런지 패션은 꽤나 닮아 있다. 모두 반항적이고 정돈되지 않은 날 것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단순히 이런 이미지 외에도 불호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큰 인기를 끌었다는 데서도 공통점이 있다. 커트 코베인의 아웃핏을 보고 있으면 지저분하다는 느낌과 동시에 굉장히 쿨해 보이며 미학적으로 괜찮다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 그의 음악도 비슷하다. 분명히 정돈되지 않고 시끄러운 듯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팝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귀에 맴도는 것처럼 말이다. 그의 패션과 음악은 모두 너무나도 중독적인, 마성의 매력을 지녔다.

커트 코베인은 무엇을 입었나

90년대의 아이콘, 커트 코베인의 그런지 패션 그런지 패션의 아이콘인 만큼 커트 코베인이 착용한 거의 모든 아이템이 그런지 패션을 구성하는 것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헤어 소재의 니트와 오버핏 가디건, 찢어지거나 패치로 덧대진 청바지, 그리고 컨버스. 그가 생전 즐겨 입었던 아이템들로, 모두 그런지 패션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다.

90년대의 아이콘, 커트 코베인의 그런지 패션

평소 스니커 문화에 관심이 깊은 슈팸이라면 특히나 컨버스가 눈에 띌 것이다. 그는 척테일러부터 원스타, 잭퍼셀까지 컨버스의 다양한 모델을 두루 즐겨 신은 것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그가 사망할 당시에 신고 있던 신발 역시 컨버스 원스타였다.

90년대의 아이콘, 커트 코베인의 그런지 패션 컨버스를 활용한 그의 아웃핏을 보고 있자면 신발장 구석에 잠들어 있는 컨버스를 오랜만에 신어볼까 하는 충동까지 생길 정도다. 더 추워지면 아무래도 발이 시려워 신기 어려우니 이번 가을 하루빨리 컨버스를 꺼내 신어 보는 건 어떨까.

커트 코베인이 준 영향과 영감

90년대의 아이콘, 커트 코베인의 그런지 패션 90년대 초 하이 패션으로는 처음 그런지 룩을 시도한 마크 제이콥스와 안나 수이부터 비비안 웨스트우드, 샤넬의 칼 라거펠트 등 그런지 패션은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여담으로 여전히 호불호가 갈리는 패션답게 1993년 컬렉션에서 그런지 룩을 선보인 마크 제이콥스는 평단의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그런지 패션의 미학의 정점을 보여준 커트 코베인 역시 마찬가지다.

90년대의 아이콘, 커트 코베인의 그런지 패션

비록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패션은 시간이 흘러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이 되었다. 실제로 마틴로즈, 피어오브갓, 라프시몬스 등 다수의 브랜드에서 그에게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전개하기도 했는데, 에디 슬리먼이 이끌던 시절 생로랑은 16 SS 시즌 컬렉션에서 특히나 커트 코베인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은 모습을 보였다. 동그란 형태의 볼드한 선글라스, 오래되어 보이는 체크 셔츠, 오버사이즈 가디건 등 모두 커트 코베인이 애용하던 아이템이다.

마무리하며

90년대의 아이콘, 커트 코베인의 그런지 패션 그가 패션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건 사실이지만, 그를 단순히 패션으로만 소비하는 건 그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그의 스타일이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음악적 성공이 선행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음악을 들으며 그를 추억해보는 건 어떨까. 너바나의 시대를 초월한 명곡을 추천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해본다.

1. 'About a Girl'

너바나 정규 1집 [Bleach] (1989)에 수록된 곡으로 커트 코베인의 팝 감각이 돋보이는 곡이다. 영상은 전설적인 MTV 언플러그드 무대다.

2. 'Smells Like Teen Spirit'

명반 중 명반, 너바나 정규 2집 [Never Mind] (1991)에 수록된 너바나의 대표곡으로, 유튜브 조회수가 무려 17억 회가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