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가 열릴 때마다 인스타그램은 관련 소식으로 시끄럽다. 그런데 패션쇼는 너무 많이 열린다. 프리-스프링 컬렉션, 스프링 써머 컬렉션, 리조트(크루즈) 컬렉션, 프리-폴 컬렉션, 폴 윈터 컬렉션, 다시 프리-스프링 컬렉션…. 그래서 인스타그램은 패션쇼 소식으로 항상 시끄럽다. 하지만 이렇게 왁자지껄해도 한 해의 혹은 두세 해의 패션쇼를 통과하는 몇 가지의 기조가 있다. 가령 지금은 실버 메탈릭 컬러, 워크웨어, 데님, 코르셋 등이다.

스니커즈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서 23년부터 24년, 혹은 25년까지 주목 받을 스니커즈의 굵직한 세 가지 카테고리를 슈프라이즈가 살펴보려 한다. 쇼에 오르는 스니커는 색깔놀이에서만 끝나는 스니커가 아니라 기본적인 신발의 형태에서 이런저런 변형을 가미한 스니커들로, 여러 스트리트 브랜드가 출시하는 스니커에도 적용되곤 한다. 이번 24 리조트 컬렉션부터 봄 여름 컬렉션에 등장한 스니커즈, 그리고 같은 시기에 발표된 스니커즈를 통해서 그 트렌드를 파악해보자. 바로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트레이닝 스니커즈

오라리 X 뉴발란스

멀끔한 룩에 투박한 운동화를 신는 게 유행이 된 지 오래다. 심지어 무도회장을 가는 것처럼 쓰리 피스를 갖춰 입고, 프릴 달린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도 살로몬을 신곤 하니 말이다. 오라리 역시 그 유행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런 매칭이 단지 유행이 아니라, 실제로 내는 멋이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웨일즈 보너 X 아디다스

아디다스와 진행한 몇 번의 콜라보로 위용을 떨친 웨일즈 보너가 이번에는 삼바 같은 날렵한 신발이 아니라 뭉툭한 러닝화로 돌아왔다. 패션에 하등 관심 없는 아저씨들이 신을 법한 신발에 상큼한 레몬 컬러를 끼얹어 트렌디하게 완성했다.

마틴 로즈 X 나이키

수년 전 하입을 받고 확 떠올랐던 마틴 로즈. 하지만 반복되는 컬렉션 동안 그 폼이 떨어진 적은 없었고, 외려 시즌마다 고점을 찍어 왔다. 이번 컬렉션에서는 거칠게 아름다운 마틴 로즈의 멋을 그대로 담아내면서, 거기에 최적인 나이키의 샥스를 더했다. 그라데이션 그래픽으로 칠해진 스퀘어토 쉐입의 샥스는 아예 다른 신발로 탈바꿈한듯, 날카롭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 하이킹 스니커즈

온 러닝 X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

일본 산하 브랜드 네펜데스(Nepenthes)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 온 스위스 러닝 브랜드 온 러닝이 이번에는 한국의 파프를 만났다. 기능과 동시에 해체에 집중하는 파프는 온 러닝과의 협업 스니커즈에도 그 감각을 그대로 적용했다. 바지로 신발을 덮는 추세가 지속되면서 신발의 어퍼와 앞코 디자인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데, 파프 역시 그를 반영해서 신발을 디자인했다. 기존의 밋밋했던 어퍼를 유려한 라인으로 갈라서 다시 결합한 모습.

꼼데가르송 옴므 플러스 X 나이키 ACG

나이키 ACG의 마운틴 플라이 제품을 꼼데가르송이 재해석했다. 아웃솔은 그대로 둔 채 미드솔을 깔끔하게 바꿨고, 슈레이스를 좁혀 남은 부분을 메쉬로 채웠다. 역시 구획을 나눈 부분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마감. 가장 매력적인 건 검은색과 흰색 컬러블록이다. 이런 맛은 콜라보레이션에서만 낼 수 있다.

아디다스 배스킷볼

이제 농구화도 등산화의 디테일을 입는다. 2000년대 초 코비 브라이언트가 착용한 크레이지 원 모델을 재해석한 크레이지 인피니티 모델이다. 아디다스 배스킷볼 라인에서 출시하는 농구화지만, 슈레이스 위에 부착된 지퍼 갑피는 원래 등산화에서 비가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쓰이던 디테일이다. 이런 등산화의 기능적인 디자인이 스포츠 스니커즈에도 적용되고 있는 모습이다.

| 스케이트 스니커즈

반스 X 슈프림

90년대 스케이트화가 돌아왔다. DC슈즈에서 내는 뭉툭하고 두꺼운 쉐입과 비슷한 신발이 우후죽순 출시되고 있다. 반스가 최근 미는 스피드 모델과 뉴스쿨(knu-skool) 모델이 괜한 투자가 아니다. 이제 정말로 곧 ‘되니까’ 밀고 있는 거다. 슈프림과의 협업도 메쉬가 포함된 스피드 모델로 진행됐다.

디올 X 데님 티어스

이를 증명하는 명백한 증거. 유행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달려 나와 호들갑을 떨어재끼는 킴 존스와 그의 친구들이 바로 같은 쉐입의 스니커를 출시했다. 사실 둥그런 앞코에 두꺼운 솔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트렌드긴 하지만, 이 친구 런웨이는 온통 그 모양이다. 다른 모양이 없다! 하지만 예쁜 건 부정할 수 없다...

루이비통

퍼렐이 맡은 뒤 최근 첫선을 보인 루이비통 역시 그렇다. 루이비통의 이번 24SS 런웨이 스니커즈를 지배하는 요소는 하이킹 스니커즈와 스케이트 스니커즈다. 물론 변주는 있지만, 그 기원이 이런 스포츠 류의 신발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스케이트 스니커즈 유행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있다. 일단 앞코가 뭉툭한 건 기본이다. 화룡점정은, 밑창이 두껍고 신발 자체가 뚱뚱해서 아주 멍청한 모양새가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 마치며

슈팸에게 제안하는: 올해부터 내년까지의 스니커즈 트렌드

지금까지 슈프라이즈와 함께 알아본 스니커즈 트렌드. 물론 지금은 뭐가 트렌드고 뭐가 아닌지의 경계가 희미해진 시기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강세를 잡고 있는 몇 가지 기조가 보인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계속 잘 나가는 나이키의 조던 1, 아디다스의 스탠스미스, 컨버스의 올스타 같은 스테디셀러를 말하는 게 아니다. 위 사진같이 충격적인 신발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한동안 안 보였다가 요즘 갑자기 보이는, 혹은 전혀 익숙지 않은 디자인인데 자꾸 누군가가 밀어붙이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디자인을 말하는 거다. 그럼, 이제 이 트렌드를 자신의 스타일에 어떻게 적용할지 정하러 떠나 보자.

슈팸에게 제안하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주목해야 할 스니커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