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마다 유행하는 특정한 신발 모양이 있다. 얇고 날렵한 신발이 유행했을 때도 있고, 울퉁불퉁하거나 일그러진 신발이 유행했을 때도 있다. 최근에는 패션에 대한 국내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OO코어’라는 단어가 우후죽순 유통되는 현상도 볼 수 있는데, 이 점이 긍정적인 건 한 시대에 여러 가지 유행이 뒤섞여 더 재미있는 그림을 만든다는 데 있다. ‘저런 걸 아직도 입고 다니네’ 보다는 ‘저 스타일을 좋아하나보다’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는 말이다. 딱히 촌스럽고 자시고 할 게 없어진 시대다. 다양성은 확대되고 자연히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짓수가 늘어난다. 이 시발점에 있는 몇 가지의 스니커즈가 있다. 오늘 우리가 다룰 신발은 대략 5년 전 트렌드로 떠오른 뒤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는, 오히려 계속 리셀까지 붙고 있는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Asics)다.

| 패션 안으로의 진입

아식스에게 패션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들은 그저 더 좋은 소재, 더 편한 착화감에만 중점을 두던 ‘운동선수 혹은 아빠의 신발 브랜드’였다. 당시 패션피플의 감각에서 봤을 때 아식스는 전혀 세련되지 않았고, 아식스 역시도 스스로 세련된 브랜드가 되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글리 슈즈와 스포티한 스니커즈의 유행이 왔다. 즉, ‘아빠 신발’의 시대가 온 것이다. 키코 코스타디노브는 재빠르게 아식스를 패션씬에 가져왔다. 그렇게 그 둘의 만남이 시작됐다.

| 콜라보레이션의 향연

화려한 등장 이후 아식스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부터 거대 편집샵, 로컬 아티스트에게 무수한 러브콜을 받았다. 아식스와의 협업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기 더없이 훌륭한 방법이었고, 성공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키스(Kith)와 션 위더스푼(Sean Wotherspoon)과의 콜라보로 아식스는 스니커헤드의 표적이 되기 시작했다. 뒤이어 데님 티어스(Denim Tears)의 설립자이자 슈팸에겐 익숙할 노배캔시(NoVacancyInn)의 일부, 슈프림(Suprem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트레메인 에모리( remaine Emory)와의 GEL-MC PLUS 콜라보,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 Westwood)와의 콜라보, JJJound와의 콜라보 등 세계에서 가장 몸값 비싼 이들이 아식스와 협업하기 위해 모였다. 국내에서는 앤더슨벨, 마땡킴 등의 익숙한 브랜드가 아식스를 찾았고, 그들의 협업 역시 성공을 거두었다.

| 셀러브리티의 사랑

해외 셀러브리티

반드시 나오는 라키(사진1)…. 연예인의 연예인다운 스타일링을 보여줬다.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찢어진 빈티지 티셔츠에 라키가 즐겨 입는 캐피탈(Kapital)의 젬스톤 데님팬츠를 입었다. 혹자는 후줄근하다고 할 수도 있는 착장이지만, 팬츠 아래 조금 가려진 아식스의 세련됨이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레깅스를 입거나 짧은 바지를 입으면 신발의 중요도가 확 올라간다. 그런 상황에 헤일리 비버(사진2)가 선택한 아이템은 아식스의 스니커즈였다. 이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진 않은 것 같다. 조금 색다른 안드레3000(사진3)의 아식스 스타일링. 라키의 내한에 묻혔지만… 라키가 다녀간 뒤 얼마 되지 않아 동묘 등 서울을 구경하다 떠났다. 그 역시 옷을 잘 입기로 유명한데, 고스 무드의 착장을 캐주얼한 아식스 스니커즈로 마무리했다. 아식스에는 미래적이고 울퉁불퉁하기만 한 디자인만 있는 게 아니고, 이렇게 클래식한 디자인의 슈즈도 있다.

국내 셀러브리티

귀여운 비니와 바시티 자켓 아래 시크한 색감의 아식스 스니커즈를 매치한 봉태규(사진1)의 스타일링. 단화를 신으면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는 룩에 청키한 실루엣의 신발로 무게를 줬다. 비비안 웨스트우드와의 콜라보 제품을 신은 빈지노(사진2). 평소 빈지노가 자주 착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모델이다. 전체적으로 스포티한 무드에 우아한 망으로 감싸진 스니커즈를 더해 센스 있는 룩을 보여줬다. 패션리더로 유명한 래퍼 레디(사진3)의 스타일링은 여름에 참고할 만하다. 빈티지 무드의 모자와 셔츠, 그리고 무릎 아래 기장의 데님 팬츠와 긴 하얀색 양말 아래 어울리는 색 조합의 아식스 스니커즈를 매치했다. 무릇 위가 빈티지하면 아래는 세련된 신발을, 위가 세련되었다면 밑에서 힘을 빼주는 신발을 택하는 게 고수의 길이라 했다. 올여름 우리가 아식스의 스니커즈를 신을 때 눈여겨 보면 좋을 룩이다.

| 마치며

트렌드! 이거 확실히 된다 Sure-Prize: #15 아식스는 어쩌다 트렌드가 되었을까 기술력이 시대를 만나다

아식스는 분명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하입에 올랐지만, 그 불꽃은 꺼지지 않고 지금도 거세게 타오르고 있다. 볼드한 스니커즈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은 물론, 탄탄한 그들의 역사와 기술력이 아식스를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아식스는 "건전한 마음, 건전한 몸"으로 번역되는 라틴어 문구 "Anima Sana In Corpore Sano”의 약어로, 그들의 브랜드 철학을 대변하고 있다. 여기에 슬로건 하나를 더 붙여야 할 것 같다. Shoes that go with everything.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신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