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에 관해서는 이런저런 말이 많다. 시계 역시 전쟁에서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졌으나, 여타 의복과 같은 맥락으로 지금은 ‘멋 내기’를 위해 소비되어 오고 있다. 휴대폰으로 언제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오늘도 누군가는 매일 시계를 차고 나온다. 휴대폰이 있는데 손목시계를 왜 차냐는 혐의를 벗을 수 있는 애플워치, 갤럭시 워치 등의 스마트 손목시계도 커스텀 가능한 디자인으로 출시되고 있다. 그래서 손목시계는 항상 우리의 관심 목록이다.

또 ”멋있는 옛날 사람들은 항상 까르띠에(Cartier) 탱크를 차고 있더라”, “시계 콜렉팅 종착지는 ~~다”하는 말들이 항상 떠돌지만, 럭셔리 시계에 관심 없는 이들에게는 건너편 건물주 아들의 수능 결과만큼이나 쓸데없는 정보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목시계 하나 장만하고 싶다면, 올여름 손목 한쪽이 허전할 것 같다면 이 글을 참고하라. 사치스러운 럭셔리 시계 대신, 본래의 기능에 충실하면서 브랜드만의 특색 있는 디자인까지 챙긴 제품군으로 준비했다.

| 지샥(G-Shock)

훈련병의 필수품. 유틸리티 와치의 대명사 지샥이다. 래퍼 빅션(Big Sean)의 <Used To>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I had to put my G-Shock back on just to go remind myself.’ 지샥은 그 시작부터가 거칠고 역동적으로 생활하는 이들을 위한 시계 브랜드인 만큼, 지샥은 길거리 문화와 공존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투시나 베이프 등 내로라하는 스트리트 브랜드와 협업할 수 있었고, 그 헤리티지는 지금까지도 전혀 훼손되지 않았다. 지샥은 아직도 거리의 아티스트, 디자이너와 활발히 협업하고 있다. 현재 구매 가능한 지샥의 콜라보레이션 제품군을 준비했다. 문화를 사랑하는 슈팸들에게 최고의 선택지가 될 것이다.

| 브라운(Braun)

가장 거칠고 투박한 시계로 지샥이 있다면, 정반대로 가장 미니멀하고 순수한 시계는 브라운이다. 20세기 디자인에 한 획을 그은 천재 디자이너 디터 람스의 손길을 거친 손목시계는, 지금까지의 모든 손목시계 중 가장 간결하다. 최고의 미니멀리스트인 그가 디자인한 가구와 전자제품들은 애플(Apple)의 iPod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음은 지금 봐도 세련된, 그의 스타일이 다분히 녹아 있는 브라운의 제품군이다.

| 보이드(Void)

세계는 지속한다. 하지만 인간은 측정 불가능한 지속을 측정하기 위해 순간을 규칙적으로 나눴고, 시간을 발명해서 시계 다이얼에 담았다. 그 측정 기준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잘 살아내고 있다’고 믿게 해주기도 하지만, 형언할 수 없는 공허에 빠지게도 한다. 이러한 시간의 개념을 디자인에 그대로 반영해서 시계로 만드는 회사가 보이드다. 이런 뜬구름같은 소리보다 훨씬 직관적인 특색이 이 브랜드에는 있다. 시간이 항상 순환하는 원형 다이얼에 담길 필요는 없다고 외치는 듯이, 그들은 자른 듯한 직사각형에 시간을 담는다. 사각형에서만 찾을 수 있는 세련됨이 있다. 애플워치같이 꼭짓점이 둥근 사각형보다도, 직각 꼭짓점의 직사각형이 가져다주는 화면은 말 그대로 깨끗하다. 보이드의 스퀘어 와치 제품군을 확인해 보자.

| 나이키 트라이액스(Nike Triax)

스포츠 브랜드에서 나온 손목시계라니, 신선하지 않은가. 하지만 나이키라면 절로 고개가 끄덕인다. 90년도와 00년도 초반 나이키의 디자인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다. 실용적이면서도 미감을 놓치지 않은 그 디자인은 아직도 수많은 스트리트 브랜드의 교본이 되고 있다. 어디 스트리트 브랜드 뿐이겠는가. 애플의 디자인 책임자 Jony Ive는 나이키의 시계를 대량으로 주문하여 애플워치의 레퍼런스로 삼기도 했다. 나이키의 과거 디자인에 관해서는 쓸 말이 너무나도 많으나… 이만 줄이겠다. 바로 만나보자. 다음은 나이키의 대표적인 시계 모델인 트라이액스 제품군의 일부다. 지금은 중고로 구매해야 하지만, 노력을 투자할 가치는 충분하다. 비정형적 디자인이 특징인 재밌는 제품들이다.

| 펄사(Pulsar)

1900년대 중반, 나사(NASA)의 기술력과 3,000개가 넘는 트랜지스터,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의 공상이 LED 손목시계 하나에 담겨 나왔다. 정밀한 공정으로 태어난 톱니바퀴 시계도 물론 아름답지만, 화면에 단 27개의 다이오드를 표시하기 위해서 들어간 기술 개발과 노력을 상상해보라. 그 직관성을 위해 투자된 비용과 비효율성을 생각하면, LED 손목시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LED 시계의 개발 이후로, 사람들은 손목 위에서 숫자로 표현될 수 있는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필자의 LED 손목시계 사랑은 이토록 극진하다. 개중에서도 분절된 직선들로 이루어진 빨간색 숫자는 필자를 미치게 하는 포인트다. 다른 색은 안 되고, 반드시 빨간색이어야만 한다. 시와 분 사이의 쌍점이 깜빡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무 약속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궁극적이고 결정적인 시간이 다가오는 것만 같다. 그 역사의 선구자, 해밀턴(Hamilton) 펄사의 제품군을 만나보자. 물론 빈티지로.

| 립 마하(Lip Mach) 2000

인류가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딘 1969년, 그 이후 몇 년간 미래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사람들은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했고, 그것을 보증할 무언가를 원했다. 미래적인 디자인의 공급과 수요 역시 정점을 찍었다. 립 마하 2000은 그렇게 탄생했다. 비대칭적인 위치에 있는 다이얼, 시계 오른쪽에 위치한 팝(Pop)적인 색의 푸시 버튼이 완성하는 미감은 충격적이다. 고무와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졌을 뿐인 손목시계지만, 전혀 유치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고급스럽다.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중고 제품을 구할 수 있으니, 디자인 격변기의 미감을 느끼고 싶은 이들은 바로 출발하자.

슈팸에게 제안하는: 근본 시계 6선